행성 이름의 유래와 의미(고대, 로마신화, 근현대)

 


우리가 알고 있는 태양계 행성들의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고대의 신화와 문화적 상징을 반영한 역사적인 결정입니다. 행성들의 이름은 대부분 로마 신화에서 유래되었으며, 각 행성의 특성과 관측 당시의 인상, 움직임 등을 고려하여 부여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태양계 8개 행성의 이름이 어떻게 붙여졌는지, 그 유래와 각 명칭이 가진 의미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행성의 이름을 통해 인간이 우주를 어떻게 이해하고 상징화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고대에서 전해지는 이름 - 내행성 수성과 금성

수성과 금성은 고대부터 관측이 가능했던 행성으로, 맨눈으로 쉽게 보이기 때문에 일찍이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수성(Mercury)은 로마 신화에서 신들의 사자인 '메르쿠리우스(Mercurius)'에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헤르메스(Hermes)에 해당하는 존재로, 빠르게 움직이며 정보를 전달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성은 태양에 가장 가까워 공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이처럼 빠른 존재의 상징과 연결된 것입니다. 고대 로마인들은 수성이 동틀 무렵이나 해 질 무렵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데 착안하여 이러한 이름을 붙였습니다. 금성(Venus)은 로마 신화에서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Aphrodite)와 동일한 존재입니다. 금성은 태양과 달을 제외하고 하늘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천체로, 고대 사람들은 그 눈부신 아름다움을 여신에 비유했습니다. 특히 금성은 아침에는 ‘샛별’, 저녁에는 ‘개밥바라기’로 알려져 있으며, 많은 문화에서 미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이름은 천체를 단순히 과학적으로만 보지 않고, 인간의 감성과 신화를 통해 해석하려 했던 고대인들의 사고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동양에서는 수성과 금성을 각각 ‘진성(辰星)’과 ‘태백성(太白星)’으로 불렀으며, 오행(五行) 철학과 연계해 목화토금수의 의미 체계 속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러한 명칭은 현대의 과학적 분류와는 다르지만, 별에 대한 이름 붙이기가 동서양 모두에서 고대부터 철학적, 상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로마 신화의 신들에서 유래한 외행성들

화성, 목성, 토성은 고대에도 맨눈으로 관측이 가능했던 외행성들로, 이들 역시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주요 신들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화성(Mars)은 전쟁의 신 '마르스(Mars)'의 이름에서 유래되었으며, 붉은색을 띠는 표면 색상으로 인해 피와 전쟁을 연상시켰습니다. 이는 그리스 신화의 아레스(Ares)와 동일한 존재로, 고대 로마에서는 군사와 무력을 상징하는 중요한 신이었습니다. 화성은 육안으로 붉게 보이기 때문에, 여러 문화권에서 전쟁과 피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이러한 인상이 이름에 반영된 것입니다. 목성(Jupiter)은 로마 신화의 최고 신이자 하늘의 신으로,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Zeus)에 해당합니다. 태양계를 구성하는 행성들 중 가장 크고 위압적인 존재인 목성은, 자연스럽게 가장 강력한 신의 이름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이는 크기뿐 아니라, 관측 시에도 밝고 꾸준히 빛나는 위엄 있는 존재로서의 상징성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목성은 관측 시에도 매우 밝고 커다란 점으로 보이며, 이는 신들의 왕이라는 이미지와도 잘 부합합니다. 토성(Saturn)은 농경과 시간의 신인 ‘사투르누스(Saturnus)’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그리스 신화에서는 크로노스(Cronos)로 불립니다. 토성은 고리로 인해 독특한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맨눈으로는 고리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고대 관측자들은 토성의 느린 움직임에 주목했습니다. 공전 주기가 29.5년으로 매우 길고 천천히 하늘을 움직이는 토성은, 시간과 인내, 농업과 관련된 신과 연결되기에 적절한 대상이었습니다. 이러한 이름은 고대인들이 행성의 움직임을 시간과 자연의 순환과 연관 지어 이해했음을 보여줍니다.

근현대에 명명된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의 이름

천왕성과 해왕성은 18세기 이후 망원경의 발달로 발견된 행성들로, 고대에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천왕성(Uranus)은 1781년 윌리엄 허셜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Uranus)'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이는 제우스(Zeus)의 조부에 해당하는 존재로, 하늘의 상징으로 해석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천왕성의 이름은 유일하게 로마 신화가 아닌 그리스 신화에서 직접 따온 것으로, 당시의 명명 관행과 약간 다르게 진행된 사례입니다. 해왕성(Neptune)은 1846년 천문 계산을 통해 발견되었으며, 로마 신화의 바다의 신 '넵투누스(Neptunus)'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해왕성은 푸른색을 띠는 외관을 지니고 있어 바다를 상징하는 신의 이름과 매우 잘 어울리는 명칭입니다. 또한 해왕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주요 행성이기 때문에, 끝없는 바다의 깊이와 연결된 상징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이름은 과학과 신화가 접목된 명명 방식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명왕성(Pluto)은 1930년 클라이드 톰보에 의해 발견된 왜행성으로, 당시에는 정식 행성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이름은 로마 신화의 저승의 신 ‘플루토(Pluto)’에서 따왔으며,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Hades)에 해당합니다. 명왕성은 태양으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져 있으며, 어둡고 차가운 환경이라는 점에서 저승의 세계와 상징적으로 연결되었습니다. 특히 명왕성은 가장 외곽에 존재하고 태양빛이 거의 닿지 않는다는 점에서, ‘죽음’이나 ‘암흑’의 세계를 떠올리게 했고, 이는 플루토의 이미지와 정확히 부합했습니다. 이후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에 의해 행성 지위를 박탈당하고 ‘왜행성’으로 재분류되었지만, 그 이름이 지닌 상징성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태양계 행성들의 이름은 단순한 과학적 명칭이 아니라, 인류가 하늘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과 상상, 그리고 문화적 상징이 오롯이 담겨 있는 결과물입니다. 고대의 신화를 반영한 명칭부터 근대 과학과 문화가 조화된 이름까지, 각 행성의 명명 과정은 그 시대의 천문학적 수준뿐 아니라 인류의 철학적 사고도 함께 반영합니다. 이러한 이름을 통해 우리는 우주를 과학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상징을 통해 보다 풍부하게 받아들이고 해석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