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과 달, 유사점과 차이(배경, 간극, 결정적차이)

 


수성과 지구의 위성인 달은 태양계 내에서 크기, 표면, 대기, 중력 등 여러 면에서 유사한 특징을 지닌 천체들입니다. 둘 다 비교적 작고 공전 및 자전 특성이 단순하며, 표면에는 운석 충돌에 의한 크레이터가 매우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는 수성과 달을 서로 비교하며 행성 및 위성의 기원과 진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두 천체는 명확한 차이점도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수성과 달의 구조적·물리적 유사성과 그 이면의 결정적인 차이에 대해 과학적 관점에서 정리하고, 이를 통해 행성과 위성의 구분 기준 및 태양계 기원 연구의 방향을 탐구해보겠습니다.

표면 지형의 유사성과 기원적 배경

수성과 달의 표면은 겉보기에는 매우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두 천체 모두 공전 궤도상에서 다른 큰 행성의 중력 간섭을 크게 받지 않으며, 대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운석 충돌이 그대로 표면에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표면에는 수많은 크레이터와 고지대, 평탄한 평원(달의 경우 ‘바다’, 수성의 경우 ‘평원’으로 불림)이 존재합니다. 수성의 가장 유명한 지형은 ‘칼로리스 분지’로, 지름이 약 1550km에 달하는 충돌 구덩이이며, 달의 경우 ‘임브리움 해’ 등이 유사한 지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성과 달 모두 이러한 지형은 태양계 형성 초기에 운석과 혜성들이 무차별적으로 충돌하던 시기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또 하나의 유사점은 화산활동의 흔적이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수성에서는 고대 화산지대가 일부 발견되었으며, 달 역시 초기에는 현무암질 화산활동이 있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지질활동이 멈춰 있습니다. 즉, 수성과 달은 초기 태양계의 지질 활동이 멈추고 표면이 고정된 채 장기간 외부 충격에 노출된 천체로, 우주의 ‘지질 보존 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력과 대기: 미세한 차이가 만든 환경의 간극

수성과 달은 모두 상대적으로 작은 천체이지만, 중력과 대기 측면에서는 결정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수성은 지구 질량의 약 5.5%에 해당하며, 달은 약 1.2%로 그 크기나 질량에서 차이가 큽니다. 이로 인해 표면 중력도 수성이 약 3.7m/s², 달은 약 1.62m/s²로 수성이 약 두 배 이상 큽니다. 이러한 중력 차이는 위성 탐사선의 착륙 방식, 천체의 내부 구조, 대기 보유 여부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칩니다. 수성은 중력이 달보다 크지만 여전히 얇은 대기만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태양풍에 의해 거의 날아가 버린 상태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외기권 수준의 희박한 외기류(exosphere)’라 표현하며, 산소, 수소, 나트륨, 칼륨 등이 존재하긴 하나, 날씨나 기상현상을 일으킬 수준은 아닙니다. 달은 사실상 대기가 전혀 없는 상태로 간주되며, 지질학적 활동도 없어 표면은 완전히 고정된 상태입니다. 흥미롭게도 수성은 태양에 매우 가까워 태양풍의 영향을 직접 받기 때문에 자기장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수성에는 약하지만 확실한 자기장이 존재하여, 표면을 일정 부분 방어하고 있으며, 이는 달과의 또 다른 차이점입니다. 달에는 자기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외부 충격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차이는 과학자들이 두 천체의 내부 구조와 핵의 크기, 냉각 속도 등을 추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원과 내부 구조의 결정적 차이

수성과 달의 형성 기원은 서로 전혀 다릅니다. 수성은 태양계 형성 초기, 원시 태양 주위의 원반에서 태어난 ‘본격적인 행성’입니다. 태양계 내에서 가장 가까운 궤도에 위치한 행성으로, 지구형 행성 중에서도 핵 비율이 가장 높은 천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성의 핵은 전체 부피의 85% 이상을 차지하며, 이는 금속 충돌 또는 원시행성의 외피가 날아가고 핵만 남았다는 가설을 지지합니다. 반면 달은 지구에서 떨어져 나온 천체로, ‘거대 충돌 이론(Giant Impact Theory)’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 widely accepted 되고 있습니다. 약 45억 년 전, 지구 크기의 천체인 테이아(Theia)가 지구에 충돌하면서 분리된 파편이 중력적으로 뭉쳐 형성된 것이 달이라는 것이 현재까지의 유력한 이론입니다. 이로 인해 달의 조성 물질은 지구의 맨틀 성분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며, 이는 아폴로 탐사 당시 수거된 암석 샘플 분석으로도 확인되었습니다. 내부 구조도 수성은 철 중심의 핵, 얇은 맨틀, 비교적 단단한 지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달은 상대적으로 작은 핵과 두꺼운 맨틀, 비교적 얇은 지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수성은 내핵과 외핵을 모두 가진 구조로, 외핵이 액체 상태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자기장 생성에 기여합니다. 달은 냉각이 훨씬 빨리 완료되어 자기장을 잃었고, 현재는 대부분 냉각되어 내부 활동이 거의 없는 상태로 평가됩니다. 이러한 기원과 구조의 차이는 수성과 달이 유사한 표면 특성에도 불구하고 매우 다른 진화 과정을 거쳤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수성과 달은 비슷한 외형을 지녔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기, 중력, 기원, 내부 구조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수성은 독립적인 행성으로서 자기장과 고철 함량 중심의 독특한 진화를 거쳤으며, 달은 지구의 일부에서 파생된 위성으로 진화의 궤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이 두 천체의 비교는 태양계 초기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단서를 제공하며, 미래의 탐사 임무에서도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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